MY MENU

한국법학원 소식

제목

[한국법학원‧기초법학연석회의‧서울대 법학연구소] “실정법 너머 법이념 꿰뚫는 법률가 되려면 기초법학 지식은 필수”...기초법학 위기에 법조‧법학계 머리 맞댔다

작성일
2021.07.09
조회수
1017
내용



한국법학원과 기초법학연석회의(한국법사학회, 한국법사회학회, 한국법철학회), 서울대 법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지난 77,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토론회- 법학교육에서의 기초법학의 중요성과 한국 기초법학의 현황을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로스쿨 출범 이후 새로운 체제에서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가 큰 위기를 맞은 상황이라는 공감대 아래, 법조법학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기초법학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오곤 한국법학원장은 개회사에서 법철학, 법사상사, 법제사, 법사회학 등 법학에서의 기초학문이 헌법, 민법, 형법, 행정법, 상법, 소송법 등을 비롯한 다양한 세부 분야의 법학에 그 이념과 가치, 지향, 방향성을 제공해 주고 있다기초법학에 대한 지식 없이 법학을 공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다름없고, 어떠한 분야이건 기초적 지식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축사를 전한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좋은 법률가는 높은 수준의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한 실무능력도 가져야겠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종합적이고 심층적인 통찰력과 윤리적 책임감 역시 갖추어야 한다이는 기초법학의 도움 없이 다다를 수 없는 경지라고 강조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또한 축사에서 기초법학에 대한 이해와 탐구는 실정법 너머의 법 이념을 꿰뚫는 통찰력을 갖춘 법률가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했다.

 

이날 대법원 양형위원장이자 아주대 법전원 석좌교수를 맡고 있는 김영란 전 대법관이 법조실무와 기초법학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고, 정병호 서울시립대 교수(한국법사학회 부회장)법사를 잊은 법학도에게 미래는 없다, 한국법철학회 기초법학 진흥 TF의 양선숙 교수(경북대, 한국법철학회 부회장)오민용 박사(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기초법학교육- 연구 현황과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을 주제발표했다. 이 세션에서는 로스쿨 교수(기초법 전공자 제외/ 응답자 153) 및 기초법 연구자(응답자 74)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마지막 세션인 기초법학 진흥을 위한 대안 모색에 참여한 토론자는 김인재 교수(인하대, 교육부 법학교육위원회 위원장), 박상수 변호사(대한변협 부협회장), 박광서 판사(수원고등법원), 나희석 검사(법무연수원), 심우민 교수(경인교대, 한국법철학회 이사), 장원경 교수(이화여대, 한국법사회학회 이사), 박지윤 교수(이화여대 연구교수), 정일영 박사(서울시립대 강사), 최호동 변호사(한국법사학회 총무간사) 등이다.

 

김영란 전 대법관, “판사의 주관성 통제하려면 법공동체의 끊임없는 분석비판 필요

 

김 전 대법관은 “20048월 대법관에 임명되면서 그동안 해석법학에만 머물러 있던 저로서는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을 수없이 마주해야 했다고 회고하며, “사유방식 자체를 늘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는 법률실무가를 양성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그의 석사학위논문의 주제이기도 한 테오도르 피벡의 문제중심적 사유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피벡의 문제중심적 사유는 체계사유에 대한 반동으로 나온 것으로서 주어진 문제해결에 효과적인 전제를 찾아내는 것이 기본이다. 또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담론의 상황이 어떠한지를 살펴서 토포스(지도적인 관점)를 찾아내 결정을 하는 방식인데, 그것이 법적 판단일 경우 무엇이 그때 그때 정당한 것인가를 토포스의 발견과 법적 결정 획득의 순서로 하게 된다. 김 전 대법관은 판사가 사건을 접하면서 그 사건에 맞는 법률을 찾아내어 포섭하고, 법이 흠결되어 있거나 해석이 모호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는 토포스를 찾아서 적용하는 것은 판사로서 늘 하는 일이지만, 위와 같은 피벡의 방법론은 법이 흠결되어 있거나 다의적으로 해석이 되어서 판사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때 빛을 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학위논문의 주제를 정해주신 심헌섭 교수님께서, 제가 판사생활을 해나가면서 만나게 될 난제의 해결에 대한 사유방식을 공부하라는 과제로써 이 주제를 주셨다는 걸 오랜 시간이 지나 판사생활을 마치고 나서야 깨우쳤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의 초대재판관 알비 삭스의 말, “광범위한 법공동체의 구성원들과 일반대중이 판결문의 추론방식과 일관성을 정례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판사의 주관성이 통제될 수 있다를 인용하면서, “이때의 법공동체에는 법조계뿐 아니라 법조인처럼 사고하거나 느끼는 모든 사람들이 포함되고, 따라서 기초학문분야를 연구하시는 분들의 분석과 비판은 법률실무가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무거운 지적이 된다고 했다. 판사들은 이를 계기로 좀 더 정치하고 훌륭한 판결들을 하기 위해 분발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런 법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기초법학의 진흥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분석비판의 구체적 모습에 대하여 김 전 대법관은 극단적인 사법소극주의와 사법적극주의를 오가는 대법관이 있다면 그런 태도는 올바른 것인지, 진보-보수 그룹별로 또는 그 그룹에 참여하는 개개인별로 컨시스턴시가 부족한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들은 없는지 등의 문제를 학문적 방법론으로 분석하는 작업들이 학술적으로 개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쿨 교육, 고기잡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쳐야

 

정병호 교수는 판례를 알고 있는지를 묻는 문제의 비중이 압도적인 현 변호사시험 출제 경향부터 비판했다. 특히 선택형 시험의 판례암기 위주 출제에 대해,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는 오답시비를 막을 수 있는 등 나름의 장점도 있지만, 무엇이 정당하고 부당한지, 무엇이 합법이고 불법인지에 대해 부단히 질문을 해야 하는 법학에는 적합하지 않은 평가방식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판례 암기로는 복잡다기한 법적 분쟁을 해결할 능력을 함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로스쿨에서 법이론을 제대로 교육받아 판례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능력을 함양하지 못한 변호사들이라면, 장래 그들에게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법리적 관점에서 타당성이 결여된 판례를 변경시켜 줄 것을 기대할 수 없게 될지 모른다면서 판례를 포함한 현재의 법 상태를 개선할 수 있으려면, 실정법의 도그마틱뿐만 아니라 법철학적, 법사적, 법사회학적 소양을 갖추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로스쿨 교육은 실정법이라는 드넓은 호수의 모든 고기를 잡아주려는 시도가 아니라, 고기잡는 방법만이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어야 된다는 주장이다.


정 교수는 이러한 고기잡는 방법의 한 예로써 로마법과의 대화를 제안하며, “현대법과 같은 법적 추론을 위한 논변형식을 갖춘 로마법은 우리 민법의 궁극의 뿌리이며, 우리 교과서 기술 방식과 주석서 전통도 로마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천년이 넘는 시간적 간극을 뛰어넘어 지금까지도 논쟁의 연속성을 갖는 대표적 사례들로는 채권자지체 책임의 법적 성질, 계약금계약과 대물변제가 요물계약인지 여부, 금전의 점유자가 곧 소유자라는 통설, 점유 상호침탈의 경우 점유물회수청구권의 존부,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양수인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건물철거 및 토지인도청구의 가부, 소수지분권자에 의해 공유토지 점유로부터 배제된 다른 소수지분권자의 점유회복방법, 4차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의 민사책임등을 거론했다.

 

로스쿨에 기초법학 교과목은 아예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

 

오민용 선임연구원은 로스쿨 교수 153명과 기초법 연구자 74명이 응답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기초법학 교육이 충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지의 질문에 대해 로스쿨 교수 90.2%, 기초법 연구자 93.3%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법전원에서 기초법 강의를 수강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언제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는, 로스쿨 교수 집단에서 “1학년의 답변이 가장 높았고(49.7%), 기초법 연구자 집단에서는 모든 학년 가능의 답변이 가장 높았다(47.3%).

 

법전원 설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정한 교육이념에 부합하는 법조인 양성을 위하여 기초법 강의는 몇 학점을 수강하면 좋다고 보는지에 대하여는, 로스쿨 교수 집단과 기초법 연구자 집단 모두 “2과목(6학점)” 답변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나, 로스쿨 교수 집단이 60.1%를 차지한 데 비해 기초법 연구자 집단에서는 “2과목40.5%에 그치고 “3과목답변(36.5%)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기초법학 교육 활성화를 위한 대안으로 로스쿨 교수 집단에서 가장 높은 응답비율을 보인 것은 교육과정상 필수과목으로 지정이다. 필수이수학점으로 할 경우 전통적 기초법학인 법사학, 법사회학, 법철학 등 기초법학 군의 방식으로 할 것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 순위는 기초법 연구자 집단에서도 동일했다.

 

현재 법전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기초법학 교육의 문제점으로, 로스쿨 교수 70명은 교육의 변호사시험으로의 종속을 지적했다. 그 대안으로는 필수과목화, 과목의 다양화, P/F, 학점수 확대”(36), “변호사시험의 자격시험화”(20), “학부 교육의 강화”(14) 등이 나왔다. 동일한 질문에 대해 기초법 연구자 46명도 교육의 변호사시험으로의 종속을 꼽았는데, 그 대안으로는 교육과정의 필수화, 졸업요건화”(18) 외에도 기초법학의 변호사시험과목화”(17)가 선택됐다.

 

양선숙 교수는 기초법학 교육의 의의에 대해 학부에서는 법의 이념, 법치주의, 법과 정의, 법적 권리와 의무 개념 등 시민 기본소양교육의 성격을 지니고, 로스쿨에서는 법을 원리적 시각에서 바라보게 함으로써 시대정신에 부합되게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량을 증진하여 법이해를 고도화시킨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의 교육현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양 교수의 말인데, “로스쿨 미설립대학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법학 커리큘럼이 약화되면서 공무원 시험과목 위주로 재편됨에 따라 기초법학 교육이 함께 약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로스쿨 설립 대학에서는 기초법학 교과목이 아예 개설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지적이다. 기초법학 교육과 연구를 진흥시킬 방안으로는 학부 공통 (선택적) 필수과목 지정, 표준 커리큘럼과 교재 개발, 로스쿨 진학생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 마련, 기초법학 전담교원 확충, 유관 국책기관에서 기초법학 연구원 채용, 기초법학 연구자들의 연구 플랫폼 설립등을 주장했다.

 

학부에서 기초법 과목 이수했는지 여부를 로스쿨 입시 자격으로 삼아야

 

토론자로 나선 김인재 교수는 학부에서 기초법학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안이지만 노력할 필요가 있고, 변호사시험 문제를 출제할 때 기초법학 지식을 갖췄는가를 간접적으로 판별할 수 있는 요소가 녹아들도록 문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박상수 부협회장은 학부 과정에서 기초법학을 수강하게 하고 그것을 로스쿨 입시에 반영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시행 13년인 로스쿨은 이제 어느 정도 안착을 했고, 이제부터는 제대로 개혁해 나갈 시기라고 말했다. 박광서 판사는 현행 로스쿨 커리큘럼은 기존 법과대학, 사법시험, 연수원 수료에 필요한 모든 과정과 지식을 3년 안에 습득하기 위해 학생들이 2배속으로 판례만 암기하며 보내는 것이라고 혹평하며 필히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희석 검사는 학부에서 기초법학을 일정 학점 이상 수강한 자들에게만 로스쿨 입시자격을 부여하는 안과, 로스쿨 입시에 합격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pre-lawschool’ 과정에서 기초법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안을 제시했다. 심우민 교수는 양질의 법조인 양성의 측면에서 기초법학의 중요성기초법 연구자들의 진로와 생계 문제는 분리해서 생각되어야 함을 지적하는 한편, 법전문가 양성을 위한 기초법학 교육뿐 아니라 시민성 함양을 위한 시민법교육 차원의 기초법학 교육의 중요성도 간과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장원경 교수는 학생들이 실정법 안에 사고를 가두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실정법을 법이념과 법원리에 맞게 끌어올리거나 바꿀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그 역할을 할 기초법학 교육을 진흥시키려면 변호사시험이 개선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지윤 교수는 기초법학은 법학의 형식화 또는 화석화를 저지할 수 있는 법의 지혜의 정수라며 기초법학뿐 아니라 법학 자체의 쇠퇴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우) 변시제도 개선을 통해 타개가 가능하고, 현재 기초법 연구자들이 겪는 막막함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전했다. 정일영 박사는 실정법과 기초법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기초법 지식이 어디에나 녹아들어 있는 미국의 경우를 전하며, “미국의 명판결에는 분야를 불문하고 법사적, 법사회학적, 법철학적 지식들이 크게 녹아있다이에서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동 변호사는 로스쿨 수료보다는 로스쿨 입시에 기초법 과목 이수를 연계시키는 안에 찬성하면서 지금처럼 머리좋고 성적좋은 학생들이라면 일단 로스쿨을 진로로 생각하고 진입하게 하는 것보다는, 법조인이 되려는 진정성과 소양을 1차적으로 판별하는 수단으로써 기초법학 이수 여부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URL 복사

아래의 URL을 전체 선택하여 복사하세요.

게시물수정

게시물 수정을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댓글삭제게시물삭제

게시물 삭제를 위해 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