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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0년 법조인 이력으로 ‘법·정책의 싱크탱크’ 이끄는 김하중 국회입법조사처장

작성일
2020.04.15
조회수
4203
내용


<편집자 주> 지난 9, 한국법학원이 국회입법조사처 김하중 제7대 처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법조 실무 경력을 가진 인사가 조사처장에 취임한 것은 그가 처음으로, 그는 검사 20, 법학 교수 7, 변호사 3년의 이력을 지녔다. 남북관계 전문가인 그의 저서 통일한국의 과거청산(2013, 나남)2014년 문화관광부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그가 이끄는 국회입법조사처는 2007년에 설립, 국회의 전문적인 입법·정책 조사분석기관으로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광범위하게 지원하고 있다. 현재 조직은 3, 1, 2심의관, 14개팀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성원은 총 176(입법조사관 90)이다.

 

 

김하중 처장을 만난 것은 4·15 총선을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이하 조사처’)로서는 업무 파트너가 새로이 형성되는 중요한 순간인데, 김 처장은 취임한 지 1년 남짓 지나 새로운 국회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아직 20대 국회에 바라는 게 있다고 했다.

 

“20대 국회의 임기는 531일까지이고, 많은 의원들께서 임기 만료 전에 중요한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마지막 소임을 다하려는 마음을 갖고 계십니다. 국회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인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제도도입 개정안도 20대 국회가 마지막 소임으로써 통과시켜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총선을 치르고 나면 저도 다시 한번 의원님들을 뵙고 법안 통과를 강력히 요청할 예정입니다.”

 

우리 입법의 품질 높여줄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제도

 

김 처장이 언급한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이란 입법의 잠재적 영향을 사전에 객관적으로 예측· 분석하여 합리적이고 타당한 대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하기 위한 제도다. 시행 중인 법률의 영향을 평가하여 법률의 개선에 기여하는 사후적 입법영향분석과 함께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이룬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이 설립된 이후 의회조직의 일부로서 출범한 유럽의회조사처(European Parliamentary Research Service, EPRS)’를 중심으로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제도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고, 여러 선진국에서 입법영향분석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 이 제도를 공식 도입하지는 않고, 다만 조사처가 지난 2010년부터 사후적 입법영향분석을 실시하여 70건의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그런데 사전적으로입법영향분석을 내놓는 것은 사후적 입법영향분석과는 다른 문제가 있다. 의원들이 입법의 자율권을 침해당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정당과 언론으로부터 입법안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받는 국회의원 입장에서는, 법안의 영향을 사전에 평가받는 일이 불편한 제약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감지한 조사처는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을 위원회가 조사처에 사전적 입법영향분석을 의뢰할 때시행하는 것으로 범위를 조절하여 법안 통과를 추진했다. 김 처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는 의원들이 있어 소통의 접촉면을 넓히고 바른 이해를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가 건물을 새로 지을 때도 그 건물이 교통이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 기법을 토대로 그 영향을 분석합니다. 법을 만드는 데에도 이만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법이 하나 만들어지면 그 위에 많은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고, 한번 법이 시행되면 쉽게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입법목적을 넘어서는 악영향이 예견되는 입법에 대해서는 사전에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도 도입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것은 좋은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있는 입법자의 자세를 가진 많은 의원들께서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조사처는 직제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하여 제도의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의원입법 부실 논란에 함께 책임 느끼는 조사처...김 처장의 노력은?

 

의원 법률안의 폭증 현상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자연히 의원입법은 부실, 졸속, 과잉입법이라는 비난의 꼬리표가 따라붙게 됐는데, “국회가 이런 욕을 먹는 것에서 우리 조사처도 자유롭지 않다는 김 처장의 고백은 다소 의외였다.

 

조사처는 의원의 입법과 국정 견제 기능을 전문 연구와 조사로써 뒷받침해주는 조직입니다. 국회가 입법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국정감사 등이 부실하여 비난을 받는다면, 조사처의 역량이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김 처장은 조사처의 연구 역량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해 왔다. 가장 먼저는 입법조사관들의 최저 직무수행 기준으로 (심층 또는 현안)보고서 작성 건수를 설정했다. 김 처장은 좋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좋은 회답서를 만드는 데에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평소에 전문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꾸준히 작성함으로써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조사회답서의 품질을 향상할 수 있다. 그리고 담당 조사관에 따라 편차를 보이는 현상을 막아 균질적인 조사회답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의무만을 부과하지는 않았다. 조사관들의 해외연수 기회와 연구 지원을 더욱 늘리고, 보직과 승진 기회 확대 등으로 적절한 보상체계도 마련했다. 다양한 분야의 우수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였는데, 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변호사들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를 통한 맞춤형 홍보도 시행했다.

 

조사처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입법조사관으로 채용할 때 다른 박사급 조사관들과 동일하게 5급으로 합니다. 국회사무처나 다른 공공기관에서는 변호사 채용을 6급으로 진행하기도 하지만, 조사처는 변호사의 연구 자질과 여건이 박사들과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서 같은 조건으로 채용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쭉 그렇게 갈 겁니다. 조사처는 국정의 모든 분야를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박사들이 주력이 되는데, 법 전반에 대한 통찰과 이해도 위에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은 조사처에 매우 필요한 인력이 됩니다.”


현재 조사처의 전체 조사관 90명 중 변호사 자격(미국 변호사 3명 포함)을 가진 사람은 13명으로, 이들은 조사처 내에서 법제, 사법 분야 이외에도 국토해양, 의회, 조세정책, 금융, 공정거래, 과학기술, 환경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있다.

 

잘 다져진 협력체계 딛고 대표적 싱크탱크로 발돋움할 것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의회조사국(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이하 ‘CRS’)을 벤치마킹하여 설립됐다. 백여 년 역사를 가진 CRS의 조사역량과 국내외적 위상은 그 자체로 조사처의 청사진이라는 게 김 처장의 설명이다.

 

“CRS는 초당파적이고 독립적인 연구기관인데, CRS에서 나온 보고서라고 하면 그대로 미국의 정책이 되기도 하고, 주요 외신들도 비중 있게 보도를 합니다. 그만큼 연구의 품질이 우수해서 신뢰도가 높다는 것이죠. 우리 조사처가 13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법과 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장족의 발전을 해왔음을 생각하면, 우리도 머지않은 미래에 CRS와 같은 명성과 위상을 얻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구성원이 176명에 이르는 조사처는 작은 조직이 아니다. 더욱이 구성원의 입직 경로가 이분화되어 있어 조사처 소속과 국회사무처 소속이 표면적으로도 구분된다. 조직 운영이 순탄할 수만은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1년 간 조직 정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연구자 집단과 행정 전문가 집단이 혼재한 조직은 양 집단 간 갈등이 발생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지만,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화합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면서 이론적 전문성과 행정경험을 나누어 갖는다면 자신이 갖고 있는 연구역량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입직경로가 서로 다르지만 상호 존중하며 협력할 수 있다면 신뢰감이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사무처 직원들이 복귀한 후에도 조사처 연구인력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입직경로에 따른 이질적인 근무여건 등으로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구성원들에게 화합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때로는 설득해 가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추진해 왔습니다.”

 

인터뷰 내내 한사코 그는 처장의 역할은 극히 미미하다며 말을 아꼈다. 혹여나 조사관들의 연구에 간섭이 되지 않도록, 처장은 보이지 않게 뒷받침하는 역할에만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30년 세월 법을 적용하고 가르치는 법률가로서 살아온 그가, 법과 정책의 싱크탱크인 조사처 업무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심대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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